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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장 — 통제와 관리

관리 지표가 늘어나면 리더의 통제력은 줄어든다

들어가며

매주 월요일 아침 7시, 네 명의 경영자들이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함께 읽고 토론한다. 이번 주 챕터는 ‘39 통제와 관리 Controls, Control, and Management’이다.

미국 관세 인상, 유가 상승, 글로벌 공급망 불안. 요즘처럼 위기적 상황이 겹칠 때마다 리더들은 본능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조직을 더 철저하게 관리하려 한다. 그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문제는 그 ‘철저한 관리’의 방식이다. 관리 지표를 더 만들고, 더 잘게 쪼개고, 모든 부서에 정량적 목표를 요구한다. 과연 이렇게 하면 조직을 더 잘 관리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드러커는 그렇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측정한다고 통제되는 것이 아니다

많은 경영자들이 관리 지표를 만들고 측정 체계를 갖추면 조직이 잘 통제된다고 믿는다. 드러커는 이것이 착각이라고 말한다. 측정과 통제는 다르다. 측정은 과거의 사실을 다루고, 진짜 통제력은 미래의 방향을 다룬다. 아무리 정교한 지표를 쌓아도, 그것이 조직의 방향을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왜 그럴까? 드러커는 세 가지 이유를 든다.

첫째, 측정은 조직에 강력한 신호를 준다. 무엇을 측정하는 순간, 그것이 조직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된다. 불필요한 내부 관리용 숫자를 맞추는 것이 목적이 되는 순간, 진짜 성과는 뒷전으로 밀리기 쉽다.

둘째, 진짜 결과는 항상 외부에 있다. 내부 효율 지표는 어느 한 순간 완벽해 보여도, 시장이 바뀌면 한순간에 무의미해진다. 연초에 수립한 관리 지표가 연말에도 유효하리라 보장할 수 없다.

셋째, 관리 지표의 목적은 감시가 아니라 자기 관리다. 상사나 관리 부서가 아니라, 일하는 사람이 스스로 미션을 달성하도록 돕는 피드백 정보여야 한다. 이 목적에서 벗어난 관리 지표는 통제력을 높이는 게 아니라 조직 안에 갈등과 낭비만 만들어낸다.

토론: 철저한 관리라는 환상

더 잘게 쪼갤수록 더 잘 보인다는 착각

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는 오랫동안 지역별 매출을 월 단위로 관리했다. 겉으로 보기엔 촘촘한 관리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각 지역 세일즈 조직은 월말마다 숫자를 맞추기 위해 딜러들에게 매출을 밀어냈다. 이것이 반복되자 딜러들은 그것을 협상 카드로 활용했다. 월 매출 숫자는 맞춰졌지만, 그 이면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경영 비용이 계속 쌓여갔다. 이 회사가 결국 월 단위 매출 관리를 폐지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컨설팅 현장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자주 목격했다. 수천억 원 규모의 시장을 전망하면서 그것을 백만 원 단위까지 쪼개 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십억으로 끊느냐 백만으로 끊느냐가 전략적 판단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의뢰인들은 숫자를 더 작은 단위까지 쪼갤수록 더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착각을 했다. 정작 그 작은 숫자를 산출하고 맞추기 위해 들어가는 불필요한 비용은 계산하지 않은 채로. 토론에서 경영 연구를 이끄는 한 토론자가 이 함정을 정확히 짚었다. “데이터를 산출하기 위해 수많은 부서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그 데이터를 보는 사람은 없었다.”

숫자로 표현하는 순간 사라지는 것들

지표에 집착할수록 빠지는 또 다른 함정이 있다. 측정할 수 없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선입견이다.

경영 연구를 이끄는 토론자가 지적했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강조하다 보면 ‘측정 불가능한 것은 무의미하다’는 잘못된 선입견이 생긴다. 측정할 수 없으면 게으른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기업 인재개발을 담당하는 토론자가 교육 현장 경험을 꺼냈다. 회사로부터 교육의 효과를 ‘현업 적용’이나 ‘투자 대비 수익’으로 평가하라는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교육이 사업에 미치는 실질적 효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기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경영층은 항상 묻는다. “이만큼 투자했는데 결과가 뭐야.” 결국 억지로 숫자를 만들어낸다. 그 과정에서 정작 중요한 것들이 밀려난다. “더 중요한 것들을 숫자로 표현하는 순간 오히려 없어 보이거든요.”

드러커가 경고한 바로 그 함정이다. 측정 가능한 것에만 집중하다 보면, 조직의 장기적 생존을 결정짓는 가장 결정적인 신호들을 놓친다.

경영자의 통제력은 지표가 아니라 목표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대규모 조직의 최고 경영진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것이 토론에서 가장 오래 이어진 질문이었다.

현대차처럼 복잡한 조직을 이끄는 경영진은 전체에 일괄 적용되는 통일된 관리 지표를 갖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경영 대시보드가 한때 유행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도 보지 않는 대시보드를 위해 조직 전체가 불필요한 일을 하는 현실은, 그 발상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영 연구를 이끄는 토론자가 알프레드 슬론의 사례를 꺼냈다. “슬론이 평생 천착한 화두는 단순한 역사적 우연이 아니었다. 분권화는 철학이었다. 단위 조직이 자율과 책임을 갖고 스스로 기여하도록 하면서, 동시에 전체 방향성을 유지하는 것. 대규모 조직을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엮어서 내가 하나로 당기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문제 설정일 수 있다.”

결국 최고 경영진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다. 각 기능별 리더들에게 명확한 목표를 부여하고, 그들이 스스로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그리고 그 사이의 조율을 만들어내는 것. AI 전환, 전동화, 조직 내부 변화까지 동시에 맞닥뜨린 지금의 현대차가 처한 상황이 정확히 그렇다. 모든 것을 중앙에서 통제하려 할수록 정작 경영진의 눈과 귀는 외부 시장에서 멀어질 것이다. 각자가 자신의 미션에 책임을 질 때, 경영진은 비로소 전체를 바라보고 진짜 통제력을 갖게 된다.

맺음말: 관리 지표는 나를 위한 도구다

경영 연구를 이끄는 토론자가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KPI는 위에서 아래를 평가하기 위해 만드는 게 아니다. 내가 내 일을 더 잘하기 위해, 내 미션에 가장 충실하기 위해 내가 나를 위해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컨설팅 시절 수십 개의 KPI 체계를 설계했다. 지금 돌아보면 묻게 된다. 그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경영자의 불안을 달래기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일하는 사람이 자신의 일을 더 잘하도록 돕는 것이었는지.

당신의 조직에서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관리 지표는 어느 쪽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