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매주 월요일 아침 7시, 네 명의 경영자들이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함께 읽고 토론한다. 이번 주 챕터는 38장 ‘경영의 의사소통 Managerial Communications’이다.
지금 몸담고 있는 회사를 떠올려보자. 메신저와 게시판이 넘쳐나고, 이메일은 각 부서의 뉴스레터와 결재 문서로 가득하다. 타운홀 미팅이 정기적으로 열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조직원들의 소통에 대한 갈증은 해소되지 않는다. 너무 많은 정보가 오히려 소음이 되어버렸다.
조직 내 의사소통 시도는 넘쳐나지만, 정작 진짜 소통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드러커가 제안하는 소통의 기초
나는 경영 컨설턴트로 20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의사소통에 대한 최고의 트레이닝을 받았다. 메시지 작성, 프레젠테이션에서 매우 높은 기술적 경지에 도달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실제 조직을 운영할 때, 이러한 기술만으로 해소되지 않는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이 글은 우리에게 ‘친절한 꿀팁’을 주지 않는다. 대신 의사소통이 왜 본질적으로 어려운지를 직시하게 만든다. 그리고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시도가 왜 실패하는지를 보여준다.
드러커가 제안한 의사소통의 4가지 기초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소통의 주체는 발신자가 아니라 수신자이다. 2) 사람은 기대하는 것만 지각한다. 3) 소통은 항상 수신자에게 무언가를 요구한다. 4) 정보와 소통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핵심 요소들이다. 우리 토론은 바로 이 원칙들이 실제 조직에서 왜 잘 작동되지 않는지를 추적했다.
토론: 실무에서의 의사소통 본질
정보 전달은 의사소통이 아니다
“정보는 그냥 정보일 뿐이다. 그 사람의 동기와 행위에 변화를 일으키는 과정이 일어나야 비로소 의사소통이다.”
우리는 상대가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이유가 “정보가 부족해서 그렇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스탠퍼드대 리 로스(Lee Ross) 교수가 정립한 ‘나이브 리얼리즘(Naive Realism)’ 개념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세상을 객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상대방의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더 많은 정보를 쏟아붓는다. 하지만 각자의 가치관과 경험으로 형성된 인식의 틀이 다른 이상, 정보의 양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상대의 생각을 바꾸기 어렵다. 드러커가 “소통은 지각이지 논리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의사소통의 본질은 정보 전달이 아니라, 수신자의 인식과 동기에 변화를 일으키는 행위다. 이것이 바로 수많은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운영하면서도 정작 소통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이유다.
지시가 아니라 이야기로 정렬하라
수백 년간 우리는 위에서 아래로 소통하려 했다. 드러커는 이것이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하향식으로 전달할 수 있는 건 명령뿐이다. 이해나 동기부여는 반드시 아래에서 위로 흐르는 상향식 소통이 먼저 작동해야 가능하다.
2006년 기아에 피터 슈라이어가 왔다. 많은 사람들은 그때부터 기아 차 디자인이 세련되어졌다고 기억한다. 하지만 그것은 결과였지 출발점이 아니었다. 당시 기아차 사장이었던 정의선 회장의 진단은 더 근본적인 데 있었다. 기아에는 브랜드 정체성도, 차별화된 디자인도, 충분한 품질도 없었다. 그래서 던진 질문이 이것이었다. “기아는 현대와 무엇이 달라야 하는가.” 디자인 경영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조직 전체가 공유하는 언어로 만드는 과정이었다. 구성원들이 그 이야기에 공감했고 기아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수 있었다.
많은 리더들이 이런 과정 없이도 조직이 정렬되어 있다고 착각한다. 오랫동안 지시하면 이행하는 관계가 반복되다 보면, 그게 곧 정렬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평온한 시기에는 정렬 없이도 조직은 그럭저럭 굴러간다. 하지만 그건 경영이 아니라 관성이다.”
MBO의 숨겨진 본질: 소통의 전제 조건
드러커는 MBO(목표관리)가 단순한 성과 관리 도구가 아니라고 말한다. MBO의 진짜 기능은 소통의 전제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부하가 자신의 목표를 스스로 정의하고 상사에게 제시하는 과정에서, 둘이 같은 현실을 얼마나 다르게 보는지가 드러난다. 그 인식의 차이를 확인하는 것 자체가 소통의 시작이다.
경영 연구를 이끄는 토론자의 말이 이를 잘 요약한다. “공통의 인식이란 선언하는 게 아니다. 현재와 과거, 미래를 함께 해석하는 과정을 거칠 때 비로소 생긴다.”
맺으며: ‘우리’ 없이는 소통도 없다
“Communication is not a means of organization. It is the mode of organization.” 의사소통은 조직을 운영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조직이 존재하는 방식 그 자체다. 그리고 소통은 “나에서 너로”가 아니라 “우리 안에서”만 작동한다. 이 챕터의 마지막 문장이다.
그런데 요즘 조직에는 반대 흐름이 강하다. 업무에 관한 것만 소통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는 업무와 분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다. 회식 문화도 사라졌고, 구성원의 사생활에 관심을 갖거나 물어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는 인식도 퍼져 있다. 이러한 흐름이 드러커가 말한 전인적인 소통을 가로막는 거대한 역류가 될 수 있다.
나 역시 리더로서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구성원들과 나누는 것을 꺼려왔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생각을 가진 리더인지, 왜 어떤 행동을 하려고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것, 그것이 진짜 소통의 시작점이 아닐까.
매주 월요일 아침 7시, 피터 드러커 ‘매니지먼트’ 독서 토론 모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