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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장 — 외부가 아닌 자기통제로 목표를 관리하는 조직

2022년부터 현대차그룹 및 외부 전문가 4명은 매주 월요일 아침 7시, 온라인으로 모여 피터 드러커의 저서 《매니지먼트》를 읽고 토론한다. 각자의 현장 경험과 관점이 부딪히며 만들어낸 깊이 있는 통찰을 공유한다. 이번 글은 2025년 11월 3일 진행된 ‘34장: 목표관리와 자기통제 (Management by Objectives and Self-control)’ 강독회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들어가며

“우리 회사가 목표관리와 자기통제(MBO & Self-control)에 의한 경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좋게 봐도 30~40점 수준입니다.” 한 토론자의 솔직한 진단이었다. 많은 기업이 KPI를 세우고 성과를 측정하며 평가한다. 그런데 왜 조직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일까?

이번 강독회에서 가장 뜨거웠던 논쟁은 ‘같은 실적이라도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구성원 모두가 일을 통한 성장과 자기주도성을 확인하며 낸 실적과, 그냥 결과만 나온 실적은 전혀 다르다. 외형적 성과가 좋더라도, 구성원과 리더들이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불안함을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책의 핵심 내용: 목표관리에 대한 통념과 해체

통념 1. “경영자의 철저한 조직 통제가 목표 달성을 이끈다”

MBO (Management by Objectives)는 경영자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개념이다. 하지만 드러커는 처음부터 자기통제(Self-Control)를 함께 강조해왔다. 원래부터 이 둘은 하나의 개념으로 붙어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현실 경영에서는 자기통제가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통제(control)라는 단어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자기 자신과 자신의 일을 스스로 지휘하는 능력이다. 다른 하나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지배하는 것이다. 드러커가 말하는 목표관리는 첫 번째, 즉 자기통제여야 한다. 상사나 관리부서가 구성원을 지배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통념 2. “상사나 관리 부서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성과 측정 정보가 필요하다”

성과에 대한 측정 정보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드러커는 경영자 본인의 것이야 한다고 명확하게 말한다. 경영자는 자신의 목표 대비 성과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정보는 상사나 관리 부서의 것이 아니다. 외부로부터의 통제 도구가 아니라 경영자 자신이 자기 일을 통제하는 데 써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과거에는 측정이 어려웠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기통제가 요구되기도 했다. 오늘날에는 기술의 발전으로 세세한 성과 측정이 가능해졌다. 문제는 이런 정보들이 상사나 외부로부터의 통제를 강화시킬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통제 대상이 되는 경영자나 구성원의 사기는 떨어지고 목표관리는 숫자 맞추기가 되어버릴 위험이 크다.

통념 3. “리더가 목표를 명확히 정의하면 조직은 이를 잘 이해할 것이다”

경영자들은 조직의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성문화하면, 조직원들이 잘 이해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연말 성과 평가 시즌이 되면, 구성원들이 전혀 다르게 목표를 이해하고 있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드러커는 이러한 현상이 위계구조가 또 다른 오도를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상사의 말뿐만 아니라 행동, 심지어 사소한 습관까지도 부하에게는 의미 있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한 공장장은 평소 인간관계를 강조했다. 하지만 그가 초과근무에 대해 지적하고 회계 서류를 잘 작성하는 사람을 승진시키자, 부하들은 “결국 비용절감이 최우선”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현장 친화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거나 회계부서와의 마찰을 피하려 했을 뿐이었다.

드러커는 이러한 오도를 방지하는 해법으로 ‘경영자의 편지’를 제안한다. 경영자들이 어떤 목표와 성과기준, 계획을 갖고 있는지를 담은 편지를 작성해서 1년에 두 번씩 상사와 공유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상사도 몰랐던 조직의 모순이 드러나고, 진정한 자기통제가 시작될 수 있다.

토론: 우리 기업의 현실, 그리고 돌파구

같은 실적, 완전히 다른 의미

“같은 실적이라도 그 속에서 구성원 모두가 일을 통한 성장과 자기주도성을 확인하며 낸 실적과, 그냥 결과만 나온 실적은 전혀 다릅니다. 지속가능성·기업 목적 관점에서 보면, 외형적 성과가 좋아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아쉬움이 큽니다.”

토론자들은 ‘자기관리에 의한 목표관리가 실천되는 경영’이 우리의 비전이자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수의 최고 경영진 혹은 일부 관리부서가 주도하는 목표관리는 단기적인 정량 성과를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사람은 키우지 못한다. 결국 성장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는 어렵다.

장기 투자의 성과에 대한 믿음

문제는 우리의 경영자들이 아직 자기통제와 목표관리의 모범이 될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젊은 리더들을 중심으로 장기적인 교육과 전환 프로그램 운영이 필요하다. HRD 역할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지점이다. 문제는 이런 장기 투자에 대해 조직의 보상·평판 체계가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사는 자기통제에 기반한 목표관리가 지속가능한 성장과 진짜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이건 이상론이 아니다. 단기 성과에만 집중하는 체계 속에서는 진정한 경영자가 자랄 수 없고, 우리는 영원히 30점짜리 목표관리에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건 리더의 역할 아닌가요?”의 함정

자기통제가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연결의 이슈’다. 구성원들은 리더가 목표를 일방적으로 내려주길 기대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상하위 목표 간 이터레이션을 통해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

“각자 목표 설정을 하자고 하면, ‘그건 리더의 역할 아닌가요?‘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리더십 서베이를 보면, 모든 조직·리더에서 항상 점수가 낮게 나오는 항목이 ‘비전 제시’입니다. 그런데 이 항목은 오해의 소지가 큽니다. 질문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리더가 일방적으로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느냐’로만 읽힐 수 있거든요.”

원칙과 현실 차이의 원인은 무엇일까? 교육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태도(Attitude)에 있다. 구성원들의 ‘이건 내 일이다’라는 생각과 자기통제 대한 공감이 조직의 베이스 루틴으로 작동하느냐, 아닌가가 큰 차이를 만든다.

맺음말: Manager’s Letter로 시작하는 진정한 자유

“자기통제가 나의 권리이자 진정한 자유다.” 우리가 도달한 결론이었다. 대학에서 못 가르치면 회사가 가르쳐야 한다. 우리 조직의 젊은 리더들에게 이를 체화시키고 변화의 주체가 되도록 해야 한다.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앞서 언급한 경영자의 편지(Manager’s Letter)가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이건 하급 경영자가 상급자에게 연 2회 보내는 일종의 직무 확약서로, 상사가 동의하면 이는 그 경영자의 헌장이 된다.

  • 첫째, 자신이 이해한 상사와 자신의 직무 목표
  • 둘째, 자신에게 적용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성과 기준
  • 셋째, 목표 달성을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과 조직 내 주요 장애물
  • 넷째, 상사와 회사가 자신을 돕는 것과 방해하는 것
  • 다섯째, 다음 해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

이후 경영자를 행동하게 만드는 건 누군가의 지시나 설득이 아니라, 스스로 해야 한다는 자신의 결정이다. 이 때 내부로부터의 더 엄격하고 더 효과적인 통제가 외부의 통제를 대체한다. 객관적 필요를 개인의 목표로 전환함으로써 성과를 확실히 한다. 드러커는 이것을 진정한 자유라고 불렀다.

“내가 이 개념을 명확히 체득했더라면, 처음 팀장이 되고 임원이 되었을 때 더 잘할 수 있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