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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장 — 인재 육성을 넘어 '미래 경영'을 개발하라

2022년부터 4명의 경영자들이 매주 월요일 아침 7시, 피터 드러커의 저서 《매니지먼트》를 읽고 토론한다. 각자의 현장 경험과 관점이 부딪히며 만들어낸 깊이 있는 통찰을 공유한다. 이번 글은 2025년 10월 27일 진행된 ‘33. 경영 개발과 경영자 계발 Developing Management and Managers’ 강독회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들어가며

흔히 ‘경영자 계발’이라고 하면 핵심 인재를 육성하거나 리더십 파이프라인을 만드는 일을 떠올린다. 하지만 피터 드러커는 이와 별개로 ‘경영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두 개념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목적과 초점이 엄연히 다른 과업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경영자가 내리는 의사결정은 점점 더 오랜 기간 영향력을 발휘하며, 결정의 결실이 리더의 임기 내에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서 다음 세대의 경영자를 미리 선발하고 계발하며 검증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다음 세대의 리더가 활동할 시장과 경쟁, 기술, 사회 환경은 지금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 그래서 ‘사람’을 키우기에 앞서 ‘경영’을 개발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중요하지만, 깊이 생각해 본적 없던 이 두 개념에 대한 드러커와 토론자들의 통찰을 하나씩 짚어보자.

드러커의 핵심 포인트 (책의 핵심 내용)

경영 개발은 ‘미래 경영’을 준비하는 별도의 과업이다

‘경영 개발’은 시선이 철저 회사 외부를 향해야 한다. “빠르게 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미래에는 어떤 리더와 전문가가 필요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하는 일이다. 만약 세상이 변하지 않고 우리 사업도 예전과 똑같다면 이런 고민은 필요 없을지 모른다. 진짜 경영 개발은 단순한 교육을 넘어 시장을 분석하고 새로운 상품을 기획하며, 심지어는 낡은 조직과 업무를 과감히 버리는 ‘혁신’의 과정이 되어야 한다.

경영자 계발의 동기는 자신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많은 사람이 회사가 나를 키워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사실 성장의 뿌리는 철저히 ‘개인’에게 있다. 회사가 직원을 억지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리더들의 오만일지도 모른다. 결국 스스로를 갈고닦을 책임은 각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자기계발에서 조직과 상사가 할 일은 명확하다. 개인이 마음껏 도전할 기회를 주고,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까지다. 그 이상은 개인의 몫이다. 스스로 탁월해지겠다고 마음먹고 덤벼드는 열정만이 조직에 흐르는 무력감을 이겨내고 끝까지 성장하게 만드는 유일한 힘이다.

회사는 돈 버는 곳 이상의 ‘성장의 무대’가 되어야 한다

회사가 리더들에게 도전적인 과제를 주고 성장할 기회를 만드는 건, 단순히 베푸는 선의나 복지가 아니다. 드러커는 이것을 기업의 당연한 ‘의무’라고 말한다. 경영 개발의 진짜 목적은 직원 개개인이 가진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돕는 데 있기 때문이다. 직업이 단순히 먹고사는 수단을 넘어 자기 잠재력을 꽃피우는 터전이 될 때, 비로소 기업도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다.

토론

일터는 구성원에게 ‘좋은 삶(Good Life)‘을 누리는 터전이 되어야 한다

“경영 개발은 기업이 사회에 빚진 기본적인 책임을 다하는 일이다.”

피터 드러커의 이 문장은 우리 토론의 시작점이 되었다. 기업이 사회에 빚을 졌다는 것은, 일터가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곳을 넘어 구성원에게 ‘좋은 삶(Good Life)‘을 누리는 터전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결국 경영 개발이란 회사를 구성원들이 보람을 느끼며 성장하는 무대로 만드는 과정이다. 진정한 경영은 이처럼 타인의 인생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책임에서 출발한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리더의 역할이 단순한 관리를 넘어 조직의 미래를 설계하고 ‘희망’을 주는 존재가 되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24년 갤럽이 발표한 글로벌 리더십 연구에 따르면, 직장인의 34%가 일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로 ‘회사의 리더’를 꼽았다. 이는 가족(4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이들이 직장의 리더에게 바라는 가장 중요한 적목은 ‘희망’이었다.

물론 현실은 이론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다. 당장의 매출과 직원의 장기적인 성장 사이에서 리더는 매 순간 딜레마에 부딪힌다. 그래서 토론자들은 리더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돕는 것이 경영 개발의 진짜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회사가 그저 시간만 때우고 돈만 받으면 되는 곳이 아니라 ‘내 최고를 끌어내는 도전의 장’이 되도록 판을 짜주는 것. 그것이 리더가 마주해야 할 가장 본질적인 숙제이자 의무다.

우리는 혁신 중인가? 복제 중인가?

최근 한 그룹 오너가 연초 CEO 미팅에서 리더들의 주인의식을 강조했다. 본인의 생각처럼 움직여주지 않는 리더들이 답답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연 오너의 ‘생각’이 미래 경영의 요건을 올바르게 정의하고 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많은 기업의 ‘경영 개발’은 지금 리더와 닮은꼴 후계자를 기르는 ‘내부 관리’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과거의 성공 공식에 적합한 인물로 미래 사업을 성공시키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즉, “우리 직원이 내 생각 처럼 움직이는가?”보다 “미래 시장에서 이기려면 우리의 리더에게 어떤 강점이 필요하고 무엇이 폐기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먼저여야 한다.

경영 개발은 미래 사업 모델을 실현하기 위해 역량의 지도를 그리는 ‘전략 기획’이다. 토론자들은 경영 개발이 조직 내에서 ‘비판가’이자 ‘혁신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S 사티아 나델라가 증명한 경영 개발의 본질

드러커는 “한 명을 찍어서 다 맡기는 건 쉽지만, 경영진 전체를 끊임없이 변화시키고 디자인하는 것은 리더의 위대한 과업”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나델라의 CEO 승계 사례는 리더십이 단순히 과거의 성공을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읽는 안목으로 경영진 전체의 역량을 ‘오케스트레이션’하는 것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당시 클라우드 사업부 수장이었던 나델라의 발탁은 단순한 CEO 승계 그 이상이었다. 기존의 윈도우 단품 판매 방식에 머물러 있던 경영진 전체를 ‘클라우드 퍼스트’와 ‘성장 마인드셋’이라는 새로운 오케스트라로 다시 편성하는 결정적인 신호탄이었기 때문이다.

나델라는 취임 직후 사업의 중심축을 클라우드로 과감히 전환했으며, 이러한 선제적인 변화는 훗날 마이크로소프트가 AI 시대의 강력한 선두 주자로 우뚝 설 수 있게 만든 근본적인 토대가 되었다. 이는 “내일의 우리 사업은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기반해 조직 전체의 기술적·문화적 진용을 다시 짠 경영 개발의 베스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마치며: 최고의 복지는 성장을 자극하는 상사의 뒷모습이다

직장인들의 ‘번아웃’이나 ‘소외감’은 단순히 업무가 많아서 생기는 현상이 아니다. 드러커는 개인이 스스로의 성장과 탁월함에 대한 헌신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소외가 시작된다고 경고한다. 조직의 부속품으로 남을 것인지, 자기 삶의 주체로 거듭날 것인지는 ‘자기 개발에 대한 개인의 책임’을 얼마나 엄중하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스스로 탁월해지겠다고 마음먹고 덤벼드는 열정만이 조직에 흐르는 무력감을 이겨내고 끝까지 성장하게 만드는 유일한 힘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리더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리더는 부하 직원에게 성장을 윽박지르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끊임없이 배우고 탁월함을 추구함으로써 ‘저항할 수 없는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상사는 부하의 성장을 돕는 최고의 조력자가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그들의 동기를 가장 처참하게 꺾어버리는 방해자가 될 수도 있다.

결국 경영 개발의 진짜 목적은 직원 개개인이 가진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우리 사업의 본질을 정의하여 미래의 판을 짜는 일, 그리고 무엇보다 나 스스로가 성장의 모델이 되는 일. 직업이 단순히 먹고사는 수단을 넘어 자기 잠재력을 꽃피우는 터전이 될 때 기업도 비로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이러한 치열한 자기 성찰과 실천만이 기업과 개인을 소외의 늪에서 건져 올리는 유일한 해결책이 될 것이다.